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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anks to Patrik버킷리스트/(Camino)산티아고 순례길 2020. 9. 11. 22:41
갑자기 늘어난 순례자들에 그만큼 잡음이 많았다. 코골이 때문에 잠을 설쳤다. 에마가 아침부터 웃음을 선사해주었다. 화면에 나오는 두 친구가 가장 심한걸 본인들은 몰랐나 보다.ㅋㅋ 오늘의 목적지 산토 도밍고( Santo Domingo )까지는 21Km 거리밖에 안된다. 일단 거리가 짧다는 사실에 심리적으로 부담이 없었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우선 채연이와 채연이 아버지는 항상 선봉이었다. 그 뒤로 동훈이와 내가 걸었고 뒤로는 기석이와 에마가 오고 있었다. 걷다가 주위가 뻥 뚫려있는 장소를 발견하곤 파란 하늘 아래 잠시나마 여유를 즐길 수 있었다. 쉬는 김에 점심으로 만들어온 샌드위치를 먹었다. 평소보다 거리도 짧고 그만큼 시간이 많아 이곳에서 짧지 않은 휴식 시간을 가졌다. 이 날은 대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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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gether Again버킷리스트/(Camino)산티아고 순례길 2020. 9. 10. 19:15
전날 무리했던 피로가 후폭풍이 되어 돌아왔다.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발바닥, 종아리, 허벅지까지 근육통이 심하게 왔다.당장에 걷기 힘들 거 같다고 생각하면서도 나는 다리에 파스를 붙이고 있었다. 파스를 덕지덕지 붙이고 힘겹게 하루를 시작했다.이 날의 목적지까지는 29km를 걸어야 했다.어제 50Km를 걷고도 심적, 육체적 부담감이 크게 느껴졌다. 전 날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로그로뇨라는 도시를 즐기지 못했다.이러한 아쉬움을 갖은 채 다음 마을인 나헤라( Najera )까지 향했는데로그로뇨가 생각보다 큰 대도시였다.우리는 알베르게를 떠나 한 시간 이상을 걸어서야 로그로뇨를 벗어날 수 있었다.도시가 컸기 때문에 전 날 보지 못한 도시의 풍경을 구경할 수 있었다. 전날 쌓인 피로 때문인지 도시를 벗어나기 전부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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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603 Step, 50Km버킷리스트/(Camino)산티아고 순례길 2020. 9. 9. 20:14
정말 대단한 날이었다. 아마 이때까지는 산티아고까지 빨리 가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던 거 같다. 온전히 나를 위한 여행을 경쟁과 비슷하게 생각했다니 정말 한심한 생각이었다. 아직 젊은 나이지만 지금껏 살아오면서 항상 누군가와 경쟁을 하고 살았다. 세계 어디든 마찬가지겠지만 한국의 경쟁 사회가 유난히 과하다는 건 누구나 알 것이다. 원하든 원치 않든 경쟁에서 이겨야만 더 좋은 대우를 받고 더 좋은 학교를 가고 더 좋은 직장을 갖고 어쩌면 너무 당연한 것을 불합리하다고 생각하는 거일 수도 있다. 우리는 해가 뜨기도 전에 출발했다. 다음 마을인 로스 아르코스( Los Arcos )까지는 20여 Km였지만 50Km 거리에 있는 로그로뇨( Logroño )까지 가기로 했다. 이유는 며칠 전까지 같이 걸었던 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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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njour, Manoah버킷리스트/(Camino)산티아고 순례길 2020. 9. 8. 20:52
에스텔라 ( Estella ) 이날은 알베르게가 있는 마을 간 거리가 멀었던 거로 기억한다. 그래서 적당한 마을인 에스텔라까지만 가기로 했다. 평소 걸었던 평균 거리보다 훨씬 짧은 거리였지만 가는 길이 아름다웠다. 이 날은 유난히 사진이 많이 없는 거 보면 사진보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걸었던 날인 거 같다. 지도를 안보고 걷기 때문에 위에 보이는 마을인 줄 알고 좋아했는데 그저 지나가는 마을이었다. 언제 봐도 반가운 카를로스. 면도를 하지 않아서 더 멋진 거 같다. 여기 기준으로 산티아고까지 676Km 남았다고 쓰여있다. 론세스바예스 이후로 거리가 적혀있는 표지판이 처음 나왔다. 무슨 유적지 같아 보였는데 그냥 터널이었다. 걷다 보면 생소한 구조물, 건물들도 많이 볼 수 있다. 푸엔테 라 레이나에서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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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lk Again버킷리스트/(Camino)산티아고 순례길 2020. 9. 7. 20:41
우리는 팜플로나와 작별을 하고 또다시 걷기 시작했다. 어제 만난 잭과 선영이누나는 우리처럼 하루 더 쉬다가 출발한다고 한다. 우리는 동진, 연정 커플과 함께 출발했다. 뒤에서 걷는 내내 둘이 너무 이뻐서 사진만 찍었던 거 같다. 동훈이랑 기석이도 찍어줬는데 그다지 이쁘진 않았고, 이른 아침 공원을 지날 때 비친 햇살이 따스했다. 추웠다. 팜플로나에서 한 시간 정도 걷다 보니 또다시 푸른 들판이랑 산만 보였다. 도시에서 이틀 있다 벗어나니 '아! 이제 다시 걷는구나' 싶었다. 우리는 앞에 뭐가 있는지도 모르고 멀리 보이는 풍차만 보고 언덕을 계속 올랐다. 언덕 정상에 다다를 때쯤 잠시 쉬었는데 근처에서는 가장 높은 곳인 거 같았다. 동진씨가 찍어준 사진인데 진짜 너무 고마웠다. 유럽 여행 갔을 때도, 산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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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eak Time In Pamplona버킷리스트/(Camino)산티아고 순례길 2020. 9. 6. 17:57
아침에 일찍 일어나 알베르게 바로 앞 식당에서 조식을 먹고 떠나는 순례자들과 인사를 나눴다. 동훈이랑 기석이랑 셋이 팜플로나에서 하루 더 쉬다 내일 출발하기로 했다. 내 의견이었는데 바로 이틀 뒤에 후회를 했다. 알베르게는 원래 연박을 잘해주지 않아서 이른 아침에 나와서 오후 2시까지 밖에 있다가 들어가야 했다. 짐은 알베르게에 물품 보관소가 있어서 거기다 넣어 놓고 돈만 챙겨서 나왔다. 너무 이른 시간이라 돌아다니는 사람도, 갈 곳도 없었다. 일단은 아침으로 먹은 빵 한 조각에 배가 차지 않아서 카페에 가서 두어 시간 정도 쉬기로 했다. 카페에서 쉬다가 덴마크에서 여행 왔다는 아저씨랑 한 시간 동안 수다 떨었는데 축구, 결혼, 인생 이야기가 가득했다. 전형적인 아저씨들의 이야기였다. 막상 쉬려고 하루 ..